이전 심야영화 상영에 한참 인기가 있었던 시절. 지금으로 부터 딱 10년전 이야기 입니다.
공포영화 3편을 모아 밤부터 새벽까지 보여주고, 킹덤(라스 폰 트리에 감독)이라는 덴마크(?) 드라마를 국내에 들여와 4부작씩 밤 12시 부터 아침 6시까지 보여주던 그때. 킹덤영화의 매진으로 갈길을 잃고 헤매다 마침 눈에 들어온 '록키호러 픽쳐쇼'라는 영화 한편. 그 영화라도 보자고 친구와 표를 끊은 적이 있었습니다.
저에게는 무척이나 충격적인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의 장면 중 저기 보이는 불빛이.... 라는 대사가 흘러나오면 관객들은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켜고 불빛을 만들어 냈으며 주인공이 결혼식을 마치고 나오면 주변 사람들이 소금을 뿌리는 장면에서 관객들이 어디서 생겼는지 갑자기 뒤로 소금을 뿌리는 퍼포먼스를 보여주었습니다. 신부가 부케를 던지는 장면에서는 갑자기 어디선가 한송이의 장미가 날라다니곤 했습니다.
가장 충격적이 였던 것은 맘마미아와 같이 뮤지컬 풍의 영화인 록키호러픽쳐쇼는 춤추는 장면에서 갑자기 극장 앞문이 열리며 주인공들과 동일한 옷(이중성을 지닌 주인공의 괴상망칙한 의상등)을 입고 등장한 사람들이 신나게 춤을 추며 관객들과 함께 모두 일어나 놀아보자며 외치던 기억이였습니다.
처음에는 극장에서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색했던 기억도 잠시 그들과 어울리며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몸으로 느끼고 표현하는 새로운 감상법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사실 영화 자체는 그닥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무엇보다 재미있었고 신선했던 기억으로 남습니다.
그리고 어제 맘마미아를 보러 갔습니다. 또 한번 극장에서 뮤지컬의 기운을 느끼며, 박수도 치고 함께 노래도 부르고 싶은 맘에 언능 예매를 하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어떤 행동도 하지 못했습니다. ^^
영화 부터 평가를 내리자면 참 유쾌했습니다. 코 끝도 찡했습니다. (저의 가졍사와 비슷했기에... ^^;) 영화 자체는 무척이나 즐겁고 재미있게 봤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말했듯 뮤지컬을 느끼기에는 다소 부족한 면이 있는 영화가 아니였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보면서 나름 느낀 몇가지가 있기에 오랜만의 영화리뷰를 작성해 보고자 합니다. (약간의 스포?)
1. 맘마미아는 주성치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영화 중간중간 아바의 노래가 흘러나오며 배우들은 각자의 역할에 맞게 율동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율동 중간중간 비쳐지는 장면들에서 주성치의 영화들이 오버랩되는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여자 주인공인 도나가 머플러를 휘날리며 뛰어가는 장면은 주성치 영화 식신의 한 장면인 새우완자를 먹고 한 남자 배우가 머플러를 휘날리며 바닷가를 뛰놀던 장면이 떠오릅니다. 오리발을 신고 단체로 춤추는 장면은 소림축구의 눈에 불이 확 이글거리며 단체로 춤추는 장면이... 이외에도 여러 장면에서 웬지 주성치급의 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을 강렬히 받으며 그 유쾌함을 더해줬습니다.
혼자 히죽히죽 웃으며 보물찾기를 하는것 마냥 주성치 영화에 비교하는 재미는 영화의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2. 피어스 브로스넌은 넘 노랠 못해
도나의 딸인 소피의 아버지 후보감이라 할수 있는 남자 세명 중 한명인 피어스 브로스넌은 남자들 중 그나마 주인공급이라고 할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노래는 정말이지... 맥을 뚝뚝... 거기에 도나와 피어스 브로스넌이 마주하며 도나가 열창하는 장면에서 피어스 브로스넌의 그 어색한 리액션은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오히려 콜린퍼스이 기타를 치며 부르는 노래는 감미로운 목소리와 기타의 선율 그리고 화면에서 비춰지는 풍경들과 어우려져 감탄을 자아냈습니다. 콜린퍼스가 차라리 피어스 브로스넌의 역할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다분이 개인 생각입니다.)
3. 삭제? 줄거리의 이어짐은 최악
너무 산만했습니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편집으로 인해 뚝뚝 끊겼다는 느낌을 받았고 특히 콜린퍼슨이 갑자기 남자를 좋아하게되는 장면은 뭐야? 갑자기라는 이야기가 나올정도 였습니다. 또한, 도나의 딸인 소피와 그 남자친구가 싸우게 되고 화해의 장면도 없이 바로 서로 웃으며 결혼식을 올리는 장면은 더더욱 영화를 몰입하기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4. 박수를 치고 싶고 어울리고 싶었던 영화. 맘마미아
마지막 엔딩 크레딧이 올리는 순간 일반적인 영화와는 달리 도나와 그 친구들의 아바 노래를 들을수 있었습니다. 댄싱퀸이 흘러나오는 그 순간 즐거움에 같이 박수를 치며 몸을 흔들고 싶었지만 그 아무도 호응을 안해주시더군요. 웬 미친놈이... 하는... (죄송합니다. ^^;)
사실 영화 초, 중반도 아니고 영화크레딧이 오르는 순간에 흘러나온 노래이기에 영화가 끝낼때 까지 참았던 댄스의 기운을 마지막으로 분출하고 싶었지만 따가운 눈총만 받았습니다. 다시금 죄송하다는 말씀만... 극장에서 이렇게 행동한게 오히려 잘못된 행동이라 판단하셨던듯 합니다.(극장에서 그러면 안된는거 알고 있지만... 님들도 들썩이며 박수치고 싶어야셨자나요. ㅠㅠ) 마지막 그 즐거움을 함께 하였으면 더욱 값진 시간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과한 욕심이 들었습니다. 극장에서 보지말고 꼭 뮤지컬로 다시 보고 싶고 신나게 박수치며, 즐기고 싶다는 느낌을 가지게 된 영화 맘마미아 였습니다.
2008/02/17 - [PCP 컬럼] - 두번다시 보고싶지 않은 영화 - 추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