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에 이미 나왔던 내용이긴 합니다만 전세계 24개 이동통신사들이 27일 WAC(Whole Applications Community)를 통해 이통사 주도의 앱스토어(App Store)공식 출범을 발표하고 법인 설립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AT&T, 버라이즌, 스프린트, 차이나 모바일, NTT 도코모, 소프트뱅크, 보다폰은 물론 SKT, KT 등 24개의 WAC 회원사와 삼성, LG, 소니 등의 제조사 등 엄청난 사공을 이끌고 앱스토어 서비스를 위한 첫 걸음을 내디뎠습니다.
그간 애플과 구글 그리고 MS 등으로 대표되는 앱스토어를 통해 자사의 플랫폼에 맞는 어플리케이션을 판매해왔습니다. 소비자들의 스마트폰을 구입하고 이동통신사를 통해 개통, 통화, 문자, 무선 인터넷 등을 사용했지만 그외 어플 구입과 이를 통한 다양한 수익은 애플, 구글, MS에게 양보해야 했습니다.
초기 애플의 앱스토어를 기본 바탕으로 많은 제조업체와 이동통신사가 자사에 맞는 앱스토어를 만들고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워낙 주도적이고 이미 상당한 영향력을 확보한 애플 앱스토어에 비견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애플 앱스토어에 자극받은 MS는 물론 현재 최고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안드로이드마켓 등 제조사 혹은 플랫폼 제공 업체들에게 큰 수익을 안겨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통사는 그간 군림했던 생태계 맨 꼭대기 포식자의 위치에서 제조사 및 플랫폼 제공업체에게 주도권을 빼앗기는 형상이 되어가면서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필요했습니다. 결국 애플과 구글의 어플리케이션 마켓 중심의 현 환경을 이통사의 중심으로 이끌어 오기 위해 공동 플랫폼을 구축 통신사화된 앱스토어를 제공한다는 전략인 것입니다.
WAC 웹기반의 플랫폼을 구축하여 운영체제와는 상관없이 호환이 가능한 개발 환경을 마련하고 각 이동통신사의 서비스에 맞는 방식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입니다.
이에 대해 참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입니다.
국내로만 시선을 좁혀보겠습니다. 아이폰 이후 급격하게 변화된 이통사의 모습은 이통사와 제조사 사이의 힘겨루기에 있어 비등비등한 모습을 보여왔기에 가능한 변화였습니다. 하지만 통신사 주도의 앱스토어가 등장하고 이 시장이 크게 성공하게 될 경우 다시 이통사에게 주도권이 넘어갈 것이며 다시 예전처럼은 아니겠지만 소비자의 이익에 상반되는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을 듯 합니다.
제조사와 이동통신사간의 관계가 비슷해졌다고 하더라도 이통사의 서비스를 통해서만 아이폰 4 든, 갤럭시 S 든 사용할 수 있습니다. 즉, 아이폰 4에 통신사의 앱스토어를 넣기를 원하고 애플이 이를 거절할 경우 결국 국내에서는 아이폰 4를 이용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애플이든, 구글이든, 통신사든 어느 하나 독점적으로 가는 것은 원치 않기에 이통사 앱스토어의 출범이 긍정적인 효과를 보인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통사의 힘을 알기에 이번 WAC 출범과 앱스토어 시장 진출은 왠지 걱정스럽다는 생각이 조금 더 들게 됩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는 하지만 워낙 거대한 사공들이기에 어느 정도 성공권 안에는 빠르고 쉽게 도달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 이후겠지만 어느 정도의 성과를 위해서는 분명 개발자들에게 많은 투자를 할 것이며 초기 대중화를 위해 소비자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 이후 통신사는 이를 위해 개발, 홍보 등에 투자하였던 모든 것을 몇 배 되돌려 받기 위해서 역시 더욱 열심히 노력할 것입니다.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일까요? 무턱대고 통신사 앱스토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어떤 것이던 독보적이 아닌 균형적인 발전을 한다면 얼마든지 환영합니다. 쌩뚱맞지만 스타크래프트 테란, 프로토스, 저그의 균형있는 구성이 최고의 게임으로 이끈 가장 큰 이유였듯 애플, 구글, MS 그리고 이동통신사 그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고른 발전과 성공을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