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어이야기 비도 오고 국물 생각날 땐? 복 지리 한그릇!
비도 참 지지리도 많이 옵니다.
회사 워크샵에 갔다가 뭘 잘못 먹었는지 식중독에 떡~ 하니 걸려서 밤새 화장실만 들락날락. 나중에는 지칠 만큼 지쳐서 그냥 좌변기에 가만히 앉아 음악을 듣는데 비도 오는데다 때마침 Abba의 노래 'Slipping Through My Fingers'가 흘러나오니 마음이 마냥 센치해 지네요.
배는 아픈데 으슬으슬 춥다 보니 자꾸 따뜻한 국물이 생각이 났습니다. 변기에 앉아 음식 생각을 한 저도 우습지만 그런걸 따질 때가 아닌지라 우동 국물, 라면 국물, 들깨 미역국 등 마냥 먹고 싶은 걸 떠올렸습니다. 그러던 중 얼마 전 우연히 먹게 된 복 지리 국물이 유독 생각이 나더군요.
복어는 마냥 비싼 음식 또는 위험한 음식이라는 생각에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음식이었습니다. 저의 경우에 말이죠. 그런데 우연히 아는 블로거 분이 초대로 복어 전문점에 가게 됐고 거기서 먹었던 복 지리가 화장실 좌변기 위에서 퍼뜩 생각났습니다.
한국인들만 알 수 있는 '뜨거운 국물을 마시면서 시원하다고 하는' 그 느낌을 오랜만에 느낄 수 있었던 그날의 복 지리가 마냥 떠올랐습니다.
홍대에 위치한 복어이야기라는 단순하면서도 기억하기 쉬운 이 복어집. 사실 이 복어집에서 먹은 건 참 많습니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복껍질 무침, (드셔는 보셨나요?) 복어 불고기(저만 처음 먹어봤는지도...)와 남은 소스에 비벼먹는 볶음밥, 참복을 맛나게 튀겨주셨던 복어 튀김까지 정말 다양한 복어 요리를 먹었습니다.
갖은 양념으로 새로운 복어 맛을 보여준 복어 불고기는 당장 제 입맛을 자극하며 쉴새 없는 젓가락 질을 불러왔고 겉의 바삭바삭한 고소한 튀김 옷의 식감과 안에 담긴 탱글탱글 씹히는 복어살이 조화로운 복어 튀김은 재미와 맛을 한꺼번에 안겨주었습니다. 지금에서 생각하니 이 복어 튀김도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물론 복어 회를 먹지 못해 아쉽기는 하지만 이미 이 녀석들 만으로도 배가 부른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나온 복 지리는 이미 다른 곳에서도 먹어 본적이 있는지라 크게 기대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물론 맛있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이미 앞서 처음 먹은 복어 불고기과 복어 튀김에 눈과 마음이 빼앗겨 그냥 그냥 목구멍으로 넘기는 정도의 음식일 뿐이었죠.
하지만 이제와 변기에 앉아 가만히 생각해보니 맑은 국물에 칼칼하면서도 시원했던 그리고 싱싱한 참복 여러 마리가 들어가 진한 국물을 우려 내주던 이 복 지리가 이날 따라 무척이나 생각이 났습니다. 미나리와 콩나물 그리고 참복 만으로 이뤄진 깔끔한 국물은 요즘같이 비도 많이 오고 답답할 때 시원하게 땀 흘리며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닐까 합니다.
이전에 먹었던 복 지리는 조미료 맛인지 밍밍하면서도 금방 질리는 맛으로만 알았는데 복어 이야기에서 먹은 복 지리는 그 깔끔함에 지금 식중독으로 속을 앓고 있는 나쁜 기운을 싹 휩쓸고 가줄 것만 같습니다. 하~ 다만 집은 용인일 뿐이고 복어 이야기는 홍대일 뿐이고~
정말이지 국물이 생각나는 하루입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복 지리 국물과 복어 살점에 미나리와 콩나물을 한데 잡아 입어 넣어 먹고 싶은 날입니다.
세상을 보는 또다른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