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선 투표, 시민의 눈으로 참여한 개표 참관인 후기. 우리 함께해요!!
19대 대통령 선거가 끝이 났습니다. 치가 떨리도록 시리고 아팠던 시간을 뒤로하고 새로운 시대가 개막했는데요. 새로운 시대를 위해 아주 미비하지만 무엇이든 행동을 해보고자 시민의 눈 활동 그리고 투표 참관인과 개표참관인을 신청 참여했습니다.
아마 궁금하신 분들이 많으실 듯 한데요. 개표 참관인 후기를 정리해볼까 합니다. 저도 처음하는 활동이라 정확하지 않은 정보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점 참고 부탁드립니다.
시민의 눈?
시민의 눈은 부정 투표를 막기위해 일반 시민이 자발적으로 모여 활동하는 단체로 저 역시 커뮤니티를 통해 이런 단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보고자 가입하게 됐습니다. 대표적인 활동으로는 투표함 지킴이가 있습니다.
이번 대선의 경우 2일에 걸친 사전투표가 있었는데요. 약 26% 달하는 높은 투표율로 정권교체에 대한 시민들의 열정이 행동으로 옮겨졌습니다. 다만, 악의적인 집단에 의해 투표함이 분실 혹은 교체되는 일이 없도록 이를 지키는 역할을 했습니다.
<용인시 처인/기흥구 선관위>
각 선관위에 투표함이 보관되며 투표함이 담긴 방문은 밀봉됩니다. 또한, CCTV로 녹화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걱정되는 마음에 선관위측과의 협의를 통해 이를 지키게 됐습니다. 다만, 선관위에 따라 선관위 건물내에서 지키는 시민의 눈이 있는 반면 비협조적인 지역의 선관위의 경우 밖에서 오들오들 떨며 지켜봐야 했습니다.
참고로 시민의 눈은 정치적 색깔을 싹 걷어내고 오직 부정 투표를 막기위해 모인 단체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시민의 눈에 정치색을 가지게 되면 투표 참관이나 개표 참관을 할 수 없습니다. 또, 타 정당 또는 타 후보들의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선관위와의 협업을 막는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개표 참관인?
개표 참관인은 개표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감시하는 역할입니다. 더플랜을 통해 개표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졌는데요. 부정행위 없이 정확하게 개표가 되는지 단계별로 감시하고 또, 사진 촬영 및 라이브 방송도 가능합니다. 단, 투표함이나 투표용지 등 절대 접촉해서는 안되며 개표하는데 있어 방해하면 안됩니다.
개표 참관인은 선관위에 개인이 직접 신청해서 선발되는 경우가 있고 정당별로 일정 인원을 배정받아 선발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의 경우 정당별로 할당된 인원에 포함되어 저의 정치적 성향과 상관없이 정의당 참관인으로 배정받았습니다. 어떤 분들은 민중연합당(?), 바른정당 등으로 배정됐으니 그나마 괜찮다고 해야할까요? 이미 참관인은 시민의 눈측에서 개표 참관인 및 투표 참관인 신청을 받아서 선관위(?) 혹은 정당(?)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무튼 개표 참관인으로 선정된 후 어떤걸 체크하고 감시해야 하는지 알아야 하기에 주말 개표 참관인들끼리 모여서 스터디도 했고 또, 각자 역할을 분담하기도 했습니다. 저 역시 따로 선관위에서 준 자료 및 시민의 눈에서 준 자료를 바탕으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연휴내내 투표함 지킴이와 개표참관인 그리고 투표참관인도 했는데요. 이에 대한 공부만을 한 듯 합니다.
투표 당일 개표 참관 활동을 위해 원래 모여야 할 시간보다 훨씬 일찍 개표장에 미리 도착을 했고 현장을 둘러본 후 다시 한번 참관인들과 각자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봐야할 것은 많은데 인원은 적어서 각자 역할분담이 무척 중요했습니다.
투표함 접수부 / 개함정리부
투표함이 도착한 후 봉인이 잘 되어 있는지를 확인하고 사진을 촬영하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개표참관 활동이 시작됐습니다. 투표함 개봉 후 투표용지 정리하는 개함부 파트 참관시에는 작업 중 손이 테이블 아래로 내려가지는 않는지 테이블 근처에 커다란 가방 등이 놓여있지 않은지 확인해야 했습니다.
분류기운영부
더 플랜에서 문제가 됐던 분류기 감시가 시작됩니다. 제가 참관한 개표소에는 총 8개의 분류기가 있었고 참관인들이 최대한 분류기에 달라붙어 혼표가 발생하지 않는지 꼼꼼히 살펴봤습니다. 참고로 모든 후보를 감시할 수는 없고 한 명의 후보만을 집중적으로 보면 혼표가 발생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의 속도였습니다.
<참고로 중간중간 이렇게 청소를 해줍니다.>
분류기를 간단히 소개하면 50장이 되면 빨간불이 들어오며 그 뒤로 다른 칸으로 투표 용지가 들어갑니다. 즉, 빨간불이 들어오면 이를 빼내어 50장 단위로 묶어 정리합니다. 제가 기억하기로 1, 2, 3번 후보의 경우 표가 많기에 2칸씩 할당받았고 나머지 후보들의 경우 1칸, 군소 후보들의 경우 4~5명이 1칸을 할당받았습니다. ^^
이렇게 분류되면 후보별로 100장 단위로 묶어 분류한 후 심사집계부로 전달됩니다. 미분류표가 생각보다 많이 나왔는데요. 그 기준이 좀 모호했습니다. 이런 것도 미분류표가 되나 싶은 것들이 꽤 많았습니다.
<계수기 동작 영상>
심사집계부
심사집계부에서는 계수기 파트와 미분류표 파트로 나눠집니다. 계수기는 은행에서 돈세는 기계를 떠올리시면 됩니다. 투표 용지 수량이 100단위로 묶여있는지 확인하는 기기로 특히 혼표가 있는지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단계이기도 합니다. 계수기의 경우 기존에는 속도가 약 320(?), 300(?) 정도로 설정되어 있어 혼표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는데요. 시민의 눈의 지속적인 요청으로 150으로 속도를 줄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천천히 한장씩 떨어지면서 혼표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더욱이 이를 담당한 개표사무원분들이 꼼꼼하게 혼표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셨습니다. 들여다보고 있으면 눈이 상당히 아픈데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꼼곰하게 체크했습니다.
미분류표의 경우 정확한 유/무효표 사례 예시집이 있습니다. 참관인들 이에 대해 모두 공부하고 갔는데요. 예시 이외의 경우도 있어서 선관위 직원에게 문의 후 유/무효 결정을 하게 됩니다. 되도록 정확한 팩트 안에서 판단을 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정말 애매한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선관위 직원에 따라 결정이 납니다.
<두 후보자에 모두 찍혀 무효표가 된 투표지>
예를들면 한 후보자에게 여러번을 찍어도 또는 뭉게서 사람인 모양이 안나와도 유효표로 인정됩니다. 하지만 개인 도장으로 찍은 경우는 무효표로 됩니다. (생각보다 연세가 있는 분들의 경우 개인 도장을 가지고 와서 찍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위 두가지가 섞인 경우가 있었는데요. 뭉게져서 처음에는 유효표로 하려했는데 제가 보기에는 개인 도장으로 찍은 듯 싶어서 선관위 직원을 불러(참관인은 절대 투표지나 투표함 등을 만질 수 없습니다.) 확인 요청을 했습니다. 자세히 확인한 결과 사람인자로 나올 수 없는 모양이 찍혀있어서 개인 도장으로 찍었다는 판단하에 무효표로 처리 했습니다.
<개인 도장으로 찍어 무효표가 된 투표지>
또 다른 예시로 두 후보에게 도장을 찍으면 무효입니다. 한쪽은 정확하게 한쪽은 살짝만 찍혀 있어도 무효가 됩니다. 반대로 한번만 찍었는데 접는 과정에서 반대쪽에 묻은 경우에는 유효표로 인정됩니다.
참관 중 여러개의 표가 한쪽은 정확하게 찍혀 있고 한쪽은 살짝 찍혀 있어서 무효표로 처리되는 경우를 보게 됐는데요. (제대로 안보는 개표사무원들이 있습니다.) 제가 접힌 선을 기준으로 다시 접었을 때 두 부분이 맞닿을 경우 접는 과정에서 찍힐 수 있다고 이야기해서 선관위 직원을 불러 이를 확인한 후 무효표를 유효표로 바꾼 경우도 꽤 많았습니다.
이렇게 정리가 다 되면 정확하게 개표상황표를 정리하게 됩니다. 각 후보별 몇표를 획득했는지 미분류표 중 다시 유효표로 처리된 표와 무효표로 처리된 표가 몇표인지 기재됩니다. 그리고 총 투표수와 실제 투표용지 교부수가 일치해야 합니다. 심사집계부에서 개표 상황표만을 정리하는 분이 따로 있으며 개표 상황표에 본인의 이름을 기재하게 됩니다.
<개표 상황표>
개표상황표 확인석
이렇게 정리된 투표용지와 개표상황표는 다시 개표상황표 확인석으로 이동합니다. 여기는 수계산이 빠른 은행원 분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혹시 잘못 기재된 것은 없는지 꼼꼼히 확인한 후 잘못 되었으면 다시 심사집계부로 넘겨 체크하게 됩니다. 정확하게 처리된 개표 상황표는 위원장석으로 이동 최종 확인을 받습니다.
<최종 개표 결과를 공표합니다.>
보고용PC
위원장들의 확인까지 모두 끝난 뒤 공표를 위해 PC에 최종 결과를 입력하게 됩니다. 이때도 참관인이 확인해야 하는데 우습게도 벽쪽으로 모니터를 돌려놔서 볼 수 없도록 해놨습니다. 그래서 입력한 결과물을 출력해서 달라고 했고 개표상황표와 PC에 입력된 내용 그리고 공표되어 실제 방송이나 포털을 통해 공개된 자료가 모두 정확하게 일치하는지를 체크 했습니다.
약 60여개가 넘는 투표함이 있었고 이 모두 과정을 참관인 10여명과 행정착오로 참관인인줄 알고 왔다가 결국 관람인으로 먼발치에서 바라 봐야만 했던 몇몇 시민의 눈 분들이 체크했습니다. 물론 선관위에서 직접 선정한 분들 중에서도 저희가 일부 영업(?)을 해서 함께 도움을 받기도 했는데 대부분 중간에 가시고 또, 선관위에서 선정된 분들 중 정말 알바 개념으로 오신 분들은 한번 휘휘 둘러보고는 계속 의자에 앉아서 음악만 듣다가 도중에 간 분들도 많습니다. 울화통 터지더군요.
최종결론
선관위에서 참관인을 제대로 뽑고 또, 지금보다 더 많은 참관인을 선정해서 배치한다면 절대 부정 투표가 발생할 수 없습니다. 수개표 할 필요도 없고 선관위가 그토록 원하는 분류기 사용해도 됩니다. 참관인만 많다면 말이죠. 각 단계별로 참관인을 배치하고 또, 혼표 발생이나 미 분류표 등 직접적으로 당락을 좌우할 수 있는 단계에 집중 배치하면 절대 부정 투표가 발생할 수 없습니다.
또한, 사전 투표함이나 관외, 거소투표, 재외투표 등 보관시 CCTV를 배치하고 이 영상을 누구나 확인할 수 있도록 선관위 홈페이지에서 오픈하면 됩니다. 고속도로 상황을 CCTV로 공개하듯이 말이죠. 그럼 시민의 눈 분들이 추위 밤이나 새벽 오돌오돌 떨면서 24시간 지켜보고 있을 필요도 없습니다.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이러한 것들을 안하고 있습니다. 당장 투표보관소 안에 시계를 넣어놓자는 의견조차 무시하고 있으니 말이죠.
그나마 다행인것은 시민의 눈 단체에 다소 적대적이었던 선관위 측에서 최대한 많이 배려하고 조금씩 의견을 받아들이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번 개표 참관 당시 사진촬영 요청에도 전혀 거부감없이 응해주었으며 더플랜이 나온 이후여서 인지 모든 일에 있어 참관인들에게 문의 후 행동하려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물론 이해는 갑니다. 사실 누구나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의심하고 감시하고 있으면 당연히 불편하고 기분 나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선관위의 업무는 누구보다 투명해야 합니다. 투표라는 것은 돈이 많이 들고 또, 불편하고 오래 걸리더라도 정확하게 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효율성이 우선이 아닌 정확성을 가장 위에 놓고 모든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것이 개표라 판단됩니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잘못된 투표와 개표로 인해 누군가 억울한 일을 당하게 되면 안되는 것입니다.
재미있고 뿌듯했던 시민의 눈 활동
뭐~ 시민의 눈 활동이 지난 총선 때부터 시작된 만큼 아직 부족한 부분도 이래저래 매끄럽지 않은 부분도 있습니다. 앞으로 더 큰 규모로 커질 경우 각자의 정치적 이념으로 인해 부딪힐 수도 있을 것이라 판단됩니다. 즉, 초심을 생각하고 내가 지지하는 후보든 아니든 그 누구도 억울하지 않는 선거가 되는 것에 초점을 맞춰 행동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선관위 측에서도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도와줬으면 하고 말이죠.
생각보다 즐겁고 재미난 경험이었습니다. 또, 한 동네에서 같은 뜻을 가진 분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것도 참 유쾌한 경험이었습니다. 여러분들도 다음 지방선거 그리고 총선에 시민의 눈으로 함께 해보시는 건 어떨까 합니다.
시민의 눈 홈페이지 : http://eye.vving.org/
아참~ 저도 뭐 커밍아웃 해야죠. 투표 참관과 개표 참관할 때야 중립적으로 행동해서 상대방 후보의 무효표도 정확한 팩트로 유효표로 만들곤 했지만 시민의 눈을 시작하게 된건 "우리 이니 적어도 억울하지 않게 해줄께~" 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으니까요.
이제서야 말하지만 "이니 하고 싶은거 다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