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이동통신사는 SKT, KT, LGT 이렇게 3개입니다. 순위 역시 나열한 순서대로 SKT가 부동의 1위, 만년 2위 KT, 만년 다크호스 LGT 순입니다.
툭 까놓고 이야기 하면 전 SKT를 제외한 KT와 LGT를 모두 사용하고 있습니다. KT는 아이폰으로 LGT는 오즈옴니아로 말이죠. 돈지랄 하는 것이 아니라 나름 IT 블로그를 운영하는데 이 정도 투자는 하자라는 취지와 체험단 선정에 따른 것으로 아이폰은 구매를 했으며 오즈옴니아는 현재 체험단 진행으로 글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 KT의 빅 이슈 아이폰도 쇼옴니아도 LGT의 오즈옴니아도 아닙니다.
오늘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KT입니다.
제가 휴대폰을 사용한지 어느덧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SKT, KT, LGT의 순위는 지금도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황금주파수라는 막강한 절대 반지를 쥐고 있는 SKT는 초기 가입자를 크게 이끌었고 KT는 3G로 개편되던 시기 쇼(SHOW)로 반짝 하는가 했지만 차마 정상에 오르지도 못하고 SKT로 주도권을 넘겨주고 말았습니다. LGT는 진리의 오즈(OZ)를 들고나와 ‘아니 이럴수가?’ 하는 찬사를 이끌어 냈지만 무선인터넷 기반이 아직 다져지지 않은 국내 환경으로 인해 팍팍… 끓어 오르지 못하고 뜸만 들였습니다. 물론 지금 아이폰을 시작으로 무선인터넷 환경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LGT 가입자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실 올해를 제외하고 지금껏 바라본 KT는 좀 답답했습니다. 2위 업체로써 과감한 도전을 보여줄 만한 패기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1위 SKT를 잡겠노라고 언제부터가 목표를 내세웠지만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한 KT의 행보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그저 SKT 따라하기나 LGT 서비스에 대항하기 위한 생색내보기, 광고로 밀어 붙치기 정도였습니다.
이상하게도 KT는 2위 업체로써 미적지근 한 모습만을 보였습니다. 마케팅 광고는 SKT 비비디 바비디부, 생각되는 T등에 밀리고 저렴한 통화료는 LGT에게 밀리고 단말기 수 역시 SKT에 밀리고 무선인터넷은 LGT에 밀리고…
그런데 작년 KT가 아이폰 도입을 적극 진행하겠다는 진솔한 소식이 본격적으로 들리기 시작하면서 또한, Wibro, WCDMA, WIFI를 모두 담은 세계최초 3W를 삼성과 1년전부터 준비 해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간 보여준 수동적인 눈치 KT가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판단은 단순히 아이폰을 국내 출시했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해외에서도 큰 점유율로 휴대폰 제조업체 순위를 야금야금 상승시키고 있는 삼성과 LG를 적(?)으로 두고라도 아이폰을 출시하려고 하는데는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한국화 아니 이동통신화 하지 않은 상태 그대로 출시한 KT의 행보는 가히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애플의 뻣뻣함이 주 원인이겠지만 조금이라도 KT와 시키지 않은 모습에는 분명 놀라움이 있습니다.)
그간 뭐라도 하나 넣으려고 뭐라도 하나 빼려고 했던 이동통신사들만의 훌륭한 전통(?)은 소비자들에게 항상 욕을 먹는 요소 중 하나였기에 그 놀라움은 꽤 크게 느껴졌습니다.
이렇게까지 KT가 아이폰을 출시한 목적은 과연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하면 그리 단순하진 않은 듯 합니다. 아이폰으로 SKT, LGT의 가입자를 대거 이끌고 와 국내 이동통신사 1위를 차지하겠다는 생각은 너무나 단순합니다. 아이폰이 아무리 대단하다 한들 아직 대중화 되지 않은 스마트폰 하나로 1위를 먹기에는 무리수가 있기 때문이었죠. 그것도 삼성, LG의 심기를 거스리면서 까지 말이죠.
아이폰이 출시되고 나서야 KT의 진짜 목적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폰은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대중화를 이끌 초석을 다지는 쫄병일 뿐이지 아이폰 자체가 목적이 아니였던 것입니다. 삼성의 옴니아, 소니에릭슨, HTC, LG의 인사이트 등 충분히 이슈가 되긴 했지만 그게 큰 판매와 대중화로 이어지진 않은 상황에서 KT는 스마트폰을 만인에게 알릴 무언가가 필요했고 그 이슈의 주인공으로 아이폰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KT의 이러한 도전(?)은 적중했습니다. 아이폰이라는 단말기 하나로 9시 뉴스를 장식하고 연일 애플 아이폰이 아닌 KT 아이폰에 대한 기사가 쏟아져 나왔으니 말입니다. 이뿐만이 아니라 블로그, 카페 역시 KT 아이폰과 관련한 수많은 광고 아닌 광고의 역할을 한 포스팅들이 앞다투어 오르내리며 스마트폰을 국내 알려나가고 그 스마트폰 앞에 KT가 시작됨을 알리는… KT가 작성한 시나리오의 1막 1장을 완벽하게 완성했습니다.
<물론 애플 아이폰 정책과 관련해 A/S, 환불, 교환 등에 대한 문제도 같이 터져나오고 있고 또 KT의 대응이 너무나 불만족 스럽습니다. 이러한 문제가 KT만의 문제라기 보다는 (사전 충분한 검토와 교육등이 이뤄지지 않은 문제도 있지만) 애플의 A/S 정책과 맞물려 벌어지는 부분이라고 할지라도 KT의 현재 대응 모습은 아직 부족해 보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현명한 해결책을 제시해 줄것이라 믿습니다. 저도 KT 아이폰을 사용하기에… 꼭 좀… >
이러한 시나리오는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선점은 물론 아이폰을 통해 보여주는 무한한 가능성 그대로를 KT의 가능성으로 이끌어 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적 변화를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한가지 예로 그간 무선인터넷 서비스에 있어 LGT의 OZ에 항상 밀리는 모습을 보이던 KT가 그간 쌓아놓은 무선 인터넷 기반인 와이브로와 네스팟을 무료로 제공(3월까지긴 하지만 계속 진행하기로 발표)하면서 진리의 KT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무선인터넷 기반 위에 스마트폰이 존재하듯 KT로 인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아이폰 그리고 삼성의 쇼 옴니아를 통해 스마트폰 하면 KT가 떠올릴 수 있는 기반을 확고하게 다듬어 가는 것입니다.
아이폰 출시로 스마트폰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초석을 다지고 그 뒤를 이어 세계최초 3W를 지원하는 쇼 옴니아를 출시하면서 저렴한 무선 데이터 요금제와 인터넷 테더링, FMC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 등을 선보여 스마트폰의 대중화을 이끄는 본격적인 시동을 걸게 되는 것입니다.
삼성 측과의 문제로 인해 보조금 지급이 낮은 선에서 책정되어 아이폰과 다른 형제인 옴니아들과의 대결에 있어 약간 걸림돌이 되고 있긴 하지만 KT가 내놓은 요금제와 다양한 부가서비스는 충분한 매력으로 작용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현재 KT의 행보가 많은 사용자들에게 큰 관심과 호응을 이끌어 내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아이폰을 출시한 시점에서 봤을 때 스마트폰 시장에 있어 분명 KT가 약간 앞선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지 말고 더 힘차게 중반전과 클라이막스를 이끌어야 할 때입니다. 이전처럼 목표 지점을 찍지도 못하고 역전 당할 수 있는 저력이 타 통신사에겐 분명 있으니까 말이죠. 지금까지의 행보가 시나리오에 있어 초반전에 불가한 만큼 올해와 내년 안드로이폰을 선보이는 SKT와 숨죽인 듯 4G 기반의 서비스를 빵~ 하고 터트릴 것만 같은 LGT를 꾸준히 염두 해두고 있어야 하겠습니다.
또 다른 무언가를 준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게 뭐가 될지는 당연히 KT의 몫일 꺼구요. 제가 이 글 통해 KT를 응원하는 것은 아직 2위 자리에 있기에 충분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고 그 변화로 인해 소비자들은 당연히 누렸어야 함에도 그간 누리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올해 보여준 모든것들이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장 KT로 출시하는 쇼 옴니아에서는 이런 것들이 당연스럽게 가능하니까 말이죠.
지금 KT가 필요한 것은 애플빠, 삼성빠, SKT빠 처럼 진정한 KT 빠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도 저도 아닌 예전과 같은 행보로는 이도저도 아닌 소비자로 머물게 됩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확고한 무언가를 보여 준다면 KT빠를 이끌어내는 건 금방일 듯 합니다.
글에 대해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제품이 좋다 안좋다, 어떤 이통사가 좋다 안좋다를 떠나서 현재 KT가 보이고 있는 다양한 서비스적 변화는 충분히 지켜 볼만한 모습들인 듯 합니다. 나름 이통사에서는 고심과 고심을 한 끝에 결정지은 서비스라고 할만한 것들입니다. 이러한 변화들을 소비자가 빠르게 캣치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적극 피드백하는 것이 그 이상의 것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모든 이동통신사가 스마트폰 출시가 끝이 아닌 그 이후가 더 중요한 일임을 깨닫고 기존 고객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가져주길 바랍니다. 낚인 물고기에는 미끼를 주지 않는다고 하지만 소비자는 물고기가 아니니까 쉽게 도망갈 수 있음을 알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