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삼성 Full HD 3D TV 발표회에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다녀와서 느낌점을 적어볼까 합니다.
삼성에서 3D LED TV를 공개했습니다. 그것도 Full HD 급 화질을 보여주는 TV를 말이죠. 어제 이 제품에 대한 글을 포스팅 했었지만 세계최초 Full HD 3D LED TV 자체에 대한 성능적 우수성과 기술력은 분명 환영 받을 일이고 그 어느 업체보다도 국내 업체가 가장 최신의 기술로 선보였다는 점은 축하하고 칭찬할 일이 분명할 듯 합니다.
하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자사의 Full HD 3D LED TV에 대한 소개가 삼성전자에게 있어 물론 가장 중요한 일이겠지만 이는 생산자의 입장에서 일뿐이고 정말 중요한 소비자의 입장에 이 제품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는 점이 무척 아쉬웠습니다.
삼성전자가 이 제품을 선보이면서 3D LED TV가 세계 최초이고 새로운 기술력을 담았다는 이야기를 해주기 보다는 왜 3D TV가 필요하고 불편한 안경을 써가면서까지 이용해야 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 주길 바랬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의 해결 뒤에서야 ‘최고의 성능을 보여주는 삼성의 제품을 보세요.’ 라는 말을 듣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고민은 단순히 소비자의 선택으로만 전가한 느낌입니다.
삼성의 기술력이 세계 최고인 것은 그 누구보다 국내 소비자들이 잘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발표회는 통해 본 삼성Full HD 3D LED TV는 정말 상상 이상의 새로움을 안겨 주었습니다. 아바타로 느낀 충격에 생생한 Full HD 화질까지 더해지면 직접 느껴지는 체감은 가히 놀랄만했습니다. 이렇듯 세계최초, 세계 최고라는 말은 굳이 내비치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는 부분이지만 정작 소비자가 크게 깨달아야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전혀 고민하지 않은 듯 하다.
단순히 아바타 3D가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혹은 많은 컨텐츠 업체가 3D 기반의 영상물을 만들어 낼 것이기 때문에 3D TV가 필요 하다는 것은 제조업체에서 새로운 소비심리를 자극하고 소비를 발생시키려는 의도일 뿐 정작 소비자들이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필수적인 사항은 아니라는 점이다.
발표회에서도 Active 방식이다 편광방식이다. 또는 CMR 960 기술을 통해 최적의 화질을 구현했다는 등의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많은 설명이 있었고 Q&A에서도 60Hz, 120Hz, 960 등 기술적인 부분에만 포커싱 될 뿐 왜 필요한지에 대한 원초적이며 가장 중요한 질문에 대해서는 없었습니다. (저도 문제입니다. 사실 이에 대해 질문을 해보고 싶어서 손을 들었다가 웬지 기술적인 질문을 해야 할 것같은 분위기에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아 소심하여라. ^^;)
최초, 최고의 물건을 만들어 놓았지만 정작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지 않으면 그건 시대를 잘못 타고난 불운아일 뿐입니다. 거창한 표현이겠지만 시대가 영웅을 만들 듯 3D TV에 대한 그 시기가 적절한가 하는 부분과 그 시기에 맞춰 소비자들이 이를 소비할 만큼의 욕구와 필요성을 가지고 있는 가를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분명 타이밍에 있어서는 적절해 보입니다. 아바타라는 이슈가 있었고 이에 대한 가능성을 입증이라도 하듯 여기저기서 3D 기반의 컨텐츠 제작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거듭 말하 듯 가장 중요한 소비자들의 욕구와 필요성에 대해서는 과연 적절하다고 할수 있을까요?
현재 출시하는 7000, 8000, 9000 시리즈의 가격대는 400~600만원 사이로 알려져 있습니다. LCD와 PDP가 대중화 되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또 고가의 돈을 지불하고 이 제품을 구매할 것인가? 더구나 확보되지 않은 3D 컨텐츠와 볼 때 마다 써야 하는 불편한 안경을 별도로 구매하면서 까지 3D TV를 볼 것인가? 하고 소비자에게 물어본다면 그 대답은 쉽게 나올 수 있을 듯 합니다.
삼성이 너무 일찍 제품을 출시했다는 이야기도 아니고 삼성이 무턱대고 잘못했다고 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이 제품을 출시하면서 마케팅 부분에 있어 자사의 제품이 뛰어나고 우수함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이를 뒷받침 해주는 인프라의 투자와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하려는 필요성을 꾸준히 알리고 의식을 전환하려는 노력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삼성 발표회를 통해 한 분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바타로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그리고 3D의 맛을 느낀 만큼 2D의 회귀는 어려울 것이란 말. 분명 맞는 말입니다. 흑백에서 칼라 TV로 넘어간 것과 마찬가지로 새롭고 신기한 것을 보게 되면 그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3D TV의 현재 Status를 보면 이러한 전환의 과정에 있어서 신기함과 새로움은 분명 존재하지만 '정말 필요하다' 라는 점은 아직 부족한 듯 합니다. 여기에 불편한 안경과 높은 가격대는 '지르자' 하는 구매의욕을 더욱 낮추고 정말 필요한가에 대한 이성적(?) 판단을 앞세우게 합니다.
말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언젠가는 3D TV로 완전하게 넘어가겠지만 이 넘어가는 시간을 기다리기 보다는 삼성에서 직접 나서면서 이를 앞당겨 주려는 움직임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스펙이 최고고 최고의 기술력을 지니고 있고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 보다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하는 그리고 이에 대한 필요성을 간절히 느끼게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삼성에서 출시한 Full HD 3D LED TV의 가능성은 이미 충분히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기술력이 있음을 확인하였으니 이제는 하드웨어, 스펙 보다는 그 외적인 것에 신경써주었음 합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방법이 그저 제품의 디자인을 이쁘게 꾸미고 3D 안경을 쓰기 편하게 하고 화질을 좋게 하는 것만이 다가 아니란 것을 분명히 알아주었음 합니다.
몇가지 궁금하실 부분이 있을 듯 합니다. 이번에 발표한 삼성의 제품의 기능 중 2D 컨텐츠를 3D로 변환하여 보여주는 기능이 있다고 하는데 이는 2D 영상물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며 애니메이션과 같이 주파수 등의 소스가 부족한 영상물의 경우 이를 추출할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3D로 변환해도 큰 차이를 느낄 수 없다고 합니다.
또 한가지 3D 안경의 경우 안경학과와 산학합동으로 편리성을 높혀 만들었다고 합니다. 지금 기술력으로는 안경이 꼭 있어야 하지만 한시 빨리 안경없는 3D TV를 만들어 주길 기대합니다. CES 2010 때 안경없이 보는 3D TV를 시연했었는데 (당시 직접 가서 봤는데 아직 화질이나 3D 입체감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이 기술은 늦어도 3~4년 정도 있으면 될 것같다고 합니다. 흠... 이걸보면 지금당장 이 제품을 사야하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들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