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가능할까? 성공할까? 에이 지겹습니다. 민망스러운게 저도 이런 글을 썼을 것입니다. 아마도… ^^;
전 아이패드 구매할겁니다. 트위터에도 올렸지만 아내에게 아이패드 고화질 영상을 42인치 LCD TV를 통해 보여줬습니다.(참고로 아내는 애플 제품 무진장 싫어합니다. 재미있게도 특히 디자인이 싫답니다.) 조용히 영상을 다 본 아내는 아무 말 없이 눈을 지긋이 감더니 한마디 하더군요.
‘나 이거산다.’ ^^
아내는 그 흔한 명품백 하나 브랜드옷 하나 없이 그저 보세 옷정도 카드사에서 준 짝퉁 명품가방정도만 들고 다니는 고마운 분(?)입니다. 얼마전 CES 2010 참가를 위해 라스베이거스에 다녀오면서 처음으로 350달러 정도되는 코치백 하나 사다주니 고작 350달러 짜리에 ‘나 이제 된장녀 된거야?’ 하며 좋아하는데 웬지 맘이 짠했습니다.
그런 아내가 아이패드를 산답니다. IT 기기에는 별 관심없는(IT 블로거 남편 3년이면 그나마 최신기기 이름정도는 안다) 그저 이쁜 것 그리고 식물과 음식(만드는 것 말고 먹는것)만 좋아하는 아내가 집에 오면 PC는 쳐다도 보지 않는 아내가 아이패드를 산답니다.
전 물었습니다. ‘왜? 왜 살려고 하는데?’
아내는 이렇게 답합니다. ‘대따 쉬워보이는데’
전 되물었습니다. ‘이뻐서가 아니고?’
아내 ‘저게 뭐가 이뻐’
뭐가 쉬워 보일까요? 그래서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몰라 그냥 쉬워 보이는데 손가락으로 누르면 되고 속도도 빨라 보이고…’ 여기까지는 참 평범한 대화였습니다. 그래서 전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거 넷북보다 성능이 안 좋을 듯 한데’ 그러자 아내는 꽤나 충격적인 말을 했습니다. ’저걸 왜 넷북이랑 비교해? 전혀 다른거 아니야? 오빤 아이패드 왜 살려고 했던건데?’
뭐 그 당시는 잘 모르니까 그렇게 대답하겠지 하고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어떤글에 어떤분이 올리신 댓글에서 제 아내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밥상을 만들었는데 그 걸 책상으로 쓴다해도 상관은 없지요. 하지만 밥상을 두고 책상에 맞는 책꽂이 걸이가 없다거나 스탠드 걸이가 없다고 해서 밥상이 폄하될 이유는 없고 고민할 이유도 전혀 없지요. 책상이 필요하면 밥상이 아니라 책상을 사야 하는 걸요. 애초에 타겟과 시장이 다른겁니다.’
좀 이쪽 분야에 안답시고 그와 비슷한 제품들과 비교하고 있었던 저와는 달리 아이패드를 아이패드 자체만으로 놓고 보는 아내의 시선을 놓치고 있었던 것입니다. 즉, 아내는 아이패드의 기능이 나한테 필요한지 생각하고 그 필요성에 적합한 성능과 편리성을 보여주는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격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제 블로그를 통해서 여러 번 글을 작성한적이 있지만 UMPC 그리고 MID 등이 실패한 이유를 항상 ‘어렵기 때문’이라고 썼었습니다. 사용하다 보면 느려지고 또, 재설치 해야 하고 끊임없이 문제가 발생하고 물론 이건 그 디바이스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사용자의 문제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이걸 본인의 문제라고 판단하고 대처하기 보다는 제품의 문제로 보는 경향이 더 많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꽤 어려움이 있습니다. 물론 PC가 대중화된 만큼 개인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도 많지만 아직 이에 대해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는 인구가 대다수(참 중요한 말입니다.)입니다.
아이패드(아직 출시되지 않았으니) 아니 아이폰은 참 쉽습니다. 6살짜리 아이도 조금 만지면 어떻게 조작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나이드신 분들도 쉽게 메일을 보내고 쉽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네 이러한 이유에서 전 아이패드를 구입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유를 망각하고 그저 스펙에만 치우쳐서 이 가격이면 더 성능 좋은 울트라씬 노트북을 사고 새로 나올 다른 업체 태블릿 PC를 살수 있을텐데 등등 쓸데없는 행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분명 아이패드는 애플의 태블릿 PC라고 하지만 PC라 보기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다. 아이패드는 그저 아이패드일 뿐이고, 음악을 듣고, 동영상을 보고, 게임을 하고 메일을 보내고, 책을 읽을 수 있는 녀석일 뿐입니다. 그리고 이 활용 안에서는 전혀 부족함이 없는 성능을 지니고 있고 무엇보다 사용하기 쉬워 보였다는 것입니다. 즉, 아내는 자신이 원하는 기능을 빠르고 쉽게 구동할 수 있는 아이패드를 보게 되었고 그걸 가지고 싶다 이야기 했을 뿐인 것입니다. 하지만 전 아이패드의 구입의 필요성을 보기 보다는 아이패드가 넷북, 다른 태블릿 PC에 비해 뭐가 나쁘고 좋은지를 보게 되었습니다.
참 쓸데없는 걱정이었던 듯 합니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저작권 문제로 아이북스, 아이튠즈가 국내 서비스되기 힘들다는 것을 그리고 USB가 없고 SD 메모리 슬롯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멀티태스킹 플래시가 지원하지 않는다. 네 물론 알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100번 양보해도 이해가 안되긴 합니다. 플래시가 무겁고 버그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건 플래시로 도배한 사이트의 문제지 플래시 자체의 문제라고 보기에는 좀 무리가 있어보입니다. 그리고 플래시 사용을 소비자의 선택으로 둬서 이를 지원하는 브라우저를 수용해야지 무조건 막는건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어떤 제품과 비교할 것이 아니라 그 제품 자체가 나한테 맞는 제품인지 그리고 활용범위 내에서 사용하기 편하고 빠를 것인지 마지막으로 가격은 어떤지 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때로는 모르는 것이 더 쉬운 선택을 이끌어 낼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아내가 아니였다면 지금까지 어떤 태블릿 PC를 살지 울트라씬 노트북을 살지 고민했을지도 모를 테니까 말이죠.
또, 시간이 지나 매력적인 녀석이 나오면 또 맘이 흔들릴진 모르겠습니다. 그때마다 아내한테 물어봐야겠습니다. ‘둘 중 뭘살까?’ 그러면 아내는 또 이런 말을 하겠죠? ‘오빠가 쓰기 편한거’라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