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의 일기를 꺼내보니 내가 먼저 아이패드를 만들었다?
태블릿 시장에 불을 지핀 애플 아이패드는 원래 LG전자 제품이었다? LG전자가 10년 전의 일기를 꺼내어보니 이게 웬걸 자신들이 이미 아이패드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2001년 1월 LG전자는 지금의 태블릿과 유사한 차세대 PC '웹패드(WebPad)'를 공개한바 있습니다. 펜 인식이 가능한 8.4인치 터치 디스플레이와 인텔 스트롱ARM 프로세서, 리눅스 운영체제, WIFI, 블루투스 등을 담은 제품으로 이후 독일 세빗(CeBIT) 2001을 통해 공개되어 해외에서 큰 관심과 호평을 이끌기도 했습니다.
한가지 더 재미있는 것은 당시 국내에서는 웹패드로 전해졌지만 해외에서는 디지털 아이패드(Digital iPad)로 명명되었습니다. 실제 출시가 되었다면 애플의 태블릿은 아마 다른 이름으로 출시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이후 이 웹패드는 기술적, 당시 환경적 한계에 부딪혀 홈네트워크 시스템으로 변경되었다고 합니다.
지금에서 보면 너무나 당연한 그리고 너무나 허접한 스펙의 제품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당시 기술로는 분명 꽤 놀라운 생각이었을 것입니다. 지금과 같이 인프라가 구축된 상황도 아니었거니와 2001년 당시에는 지금과 같이 스마트폰(PDA 폰은 있었지만)이나 터치 기반의 폰 조차 대중화되지 못했던 시기였으니까 말이죠. 거리를 다니면서 노트 수준의 작은 PC를 가지고 메일을 보내는 등의 모든 행위 그 자체가 파격 그 자체였을 것입니다.
물론 이 제품이 출시되었다고 하더라도 LG전자의 아이패드가 애플의 아이패드만큼의 성과를 거두고 또, 지금과 다른 역사를 만들어 낼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있지요?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는 말.
지금은 어디서나 무선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지만 2001년 당시에는 무선 인터넷이 지금과 다른 시작단계였고 막상 사용하더라도 그 요금적인 측면에 있어 부담이 가능 상황이었습니다.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에 대한 수준도 아이패드의 컨셉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었기도 했고요. 기기 자체에 대한 컨셉은 이미 한참을 앞서고 있다 할지라도 그 시대적인 흐름이 받쳐주지 못한다면 '반짝' 관심만 훑고 가는 비운의 기기가 되어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또 한가지는 애플 아이패드가 단순히 시대를 앞서고 스펙이 뛰어나서 지금과 같은 성장과 성공을 이끈 것은 아닐 것입니다. 애플의 아이패드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편리한 UI와 iOS 그리고 더 다양한 활용이 가능한 앱스토어와 아이튠즈 등 애플만이 가진 생태계를 확보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성공이었습니다.
애플이 가진 이러한 강점들이 있었기에 애플의 아이패드가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시대의 흐름을 잘 읽고 적정 시기에 제품을 내놓은 그 '찰라의 노림수'도 스티브 잡스가 가진 능력이었습니다.
10년 전의 일기를 꺼내어 보니 LG전자가 아이패드를 이미 공개한바 있다라는 이 멀고도 먼 과거 이야기는 우리나라 업체의 놀라운 기술력을 찬사하고 당시 출시했으면 애플 따위는 없었을 것이다라는 망상을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왜 먼저 생각을 했지만 우리는 못했고 애플은 성공했는지를 배웠으면 하는 것입니다. LG전자가 과거에 보여줬던 상상력은 조금 시간이 지난 미래 애플을 통해(모방했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 큰 성공이 되었습니다. 반면 LG전자는 모두가 위기라고 하는 상황에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 이러한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다시 한번 기대해보고 싶습니다. 당시의 보여줬던 혁신성과 지금까지 실패를 거듭해가면서 얻은 교훈 그리고 구축된 기술력과 노하우를 토대로 다시 한번 일어서 주었으면 합니다.
2021년 또 다시 10년 전의 일기를 꺼내었을 때 그때는 또 어떠할지를 기대하겠습니다.